[흔적의 자국 ; trace]
‘흔적’은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를 말하며 ‘자국’은 다른 물건이 닿거나 묻어서 생긴 자리 또는 어떤 것에 의하여 원래의 상태가 달라진 흔적을 말한다. 이처럼 사전적의미로 ‘흔적’은 자국이나 자취로 풀이되고, ‘자국’은 흔적으로 풀이되지만 이번 전시 [흔적의 자국]은 작가가 캔버스에 자신이 느껴왔던 심리적 감정을 무의식적인 반복행위를 통해 기록한 ‘흔적’이며 그로 인해 형상화된 형체들은 ‘자국’으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엔 무모한 짓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나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생각했다.
어두운 방구석, 잠시 내뱉는 숨소리도 가슴 졸이며 뱉어내었다.
나는 둔하디둔한 사람이라 무언가를 반복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불안함만 늘어났다.
그러다 눈은 항상 멀어지고 손끝 촉감만이 나를 느끼게 했다.” – 탁윤재 작가노트 중 -
탁윤재의 회화에서 보여지는 검은색은 불에 그슬려 타다가 남은 재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존재를 만들었고, 규칙적인 선들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패턴들은 그가 느꼈던 심리적 감정을 반복되는 붓질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 그 붕대의 형상은 드러나기도 사라지기도 해서 당신의 상처를 메워질 붕대가 된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드러난 선이나, 점들은 아름다운 장식이 아닌 흉터이자, 홍반이다. 지나간 것들이 어떠한들, 반복된 행위는 생명이 다한 것을 게워 만져지고 정화되며 붓질 표면의 깨끗한 눈부신 피부는 정수되어 이처럼 새롭게 발현된다. 다시금 새겨진 모든 것들이 나의 그림 들이다.
나의 위로와 당신의 위로를 향해 소망하며 나는 불을 보고 익히며 물에 몸을 던지며 반복한다. ”
– 탁윤재 작가노트 중 -
심리적인 감정들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작가만이 느끼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는 감정의 기록들을 단순한 반복적인 행위에서 멈추지 않고, 자가적 치유의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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