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EXHIBITION


산산조각

/山散彫刻

schengen gallery 2026. 03 개인전 


12.  -  28. Mar. 2026


김선기 Kim Sunki 


[주최/기획]

 schengen gallery


[ 산산조각/ 山散彫刻 ]

 

 오늘날 데이터의 물리적 한계가 사라져 매순간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정보와 기록들은 층층이 쌓여 거대한 지식의 산을 이루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도사리는 초연결 사회가 되었다. 세계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며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변화와 분산의 과정’ 그 자체로 인식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가 '본다'는 행위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험은 눈을 통해 감각으로 스며들지만, 기억 속에서 그것은 결코 원형으로 남아있지 않는다. 장면은 분해되고, 색은 변하거나 과장되며, 인물과 배경은 서로의 자리를 바꾼다. 시각 정보는 정적인 저장 장치에 남는 대신, 내면의 역동 안에서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배치된다.


 김선기는 이러한 인식을 열역학 제2법칙의 엔트로피와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정보이론과 연결하여, 경험과 기억의 시각 정보가 해체되고 재배치되며 복잡성이 증대되는 상태를 회화적으로 탐구한다.


 기억은 열역학 제2법칙을 닮아 있다. 고립계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듯, 질서 정연해 보이던 기억의 구조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가능성과 배치의 경우를 향해 열려간다. 최초의 경험이 하나의 선명한 형상이었다면, 그것은 반복되는 회상과 감정의 개입 속에서 점차 복잡성을 띤다. 선은 겹쳐지고, 색은 층위를 이루며, 의미는 단일한 중심을 잃고 외연으로 확산된다. 이러한 관점은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정보이론으로 이어진다. 섀넌에게 엔트로피는 단순한 무질서의 은유가 아니라, 가능한 메시지의 수와 선택의 폭이 확장되는 상태를 가리키는 지표였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보량은 증가하며, 체계는 더 높은 차원의 복잡성에 도달한다. 단일한 사건이 회상의 반복 속에서 다층적인 해석을 획득하는 과정은, 곧 기억이 내포하는 의미의 정보량이 증폭되는 과정과 상응한다.


 김선기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산’은 이러한 엔트로피적 시각성을 구체화하는 핵심적인 매개다. 여기서 산은 단순히 특정 지형을 지시하는 개별적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일상적 지각과 기억 속에 오랫동안 침전되어 온 배경적 존재이며, 수많은 시간과 다각적인 시점이 겹쳐진 채 재구성된 ‘경험의 응축물’이다. 화면 속의 산은 자연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서로 다른 시공간의 층위가 혼합되고 중첩된 복합적 구조체로서 존재한다. 이는 단일한 대상이 고정된 질서를 벗어나, 회상의 반복 속에서 점차 복잡한 상태로 확장되어 가는 ‘엔트로피적 변환 과정’의 시각적 발현이다.


 작가에게 풍경은 그 동안 통과해 온 시간과 의식, 그리고 파편화된 경험들이 분산되고 다시 결합하며 재형성된 결과물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질서가 붕괴된 혼돈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 수많은 데이터와 감각이 뒤섞이며 복잡성과 가능성이 극대화되는 상태로서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작품에서 구현된 산의 능선과 색의 층위들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모하고 증폭되는 우리 내면의 정보 밀도를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전시는 [ 산산조각 山散彫刻 ]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흔히 '모든 것이 부서진 상태'를 뜻하는 이 역설적인 언어유희는, 단단해 보이던 세계의 질서가 해체되는 찰나를 포착함과 동시에, 그 파편들이 산(山)의 형상으로 흩어지고(散) 다시금 새로운 감각의 조각(彫刻)으로 새겨지는 생성의 과정을 의미한다.

 


 - schengen gallery -

김선기 Kim Sunki

학력

2016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 

2022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9 《Combined Scene》, ‘옥토버서울’(서울 송파구)

2023 《Covered Woodland》, ‘공간파도’(서울 마포구)


단체전

2018 《산책, 표면, 다이버》, ‘옥토버서울’(서울 송파구)

2021 《얼음이 녹기 전에》, ‘문화지형연구소CTR’(서울 마포구)

2025 《수집목록》, 김선기, 박마리 2인전, ‘솅겐갤러리’(광주광역시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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