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EXHIBITION
실 - 눈
/ Thread - Eye
schengen gallery 2026. 05 개인전
06. - 30. May. 2026
박일종 Park Iljong
[주최/기획]
schengen gallery
[ 실 - 눈/ Thread - Eye ]
‘실-눈(Thread-Eye)’은 단순히 가늘게 뜬 눈이라는 형태적 의미를 넘어, 드로잉의 선(Thread)이 자아내는 궤적과 그 위를 유영하는 시선(Eye)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뜻한다. 가느다란 선들의 진동은 안팎의 경계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보이지 않는 심연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박일종은 손바닥만 한 화면을 수행적 공간으로 치환한다. 볼펜 끝에서 시작된 선들은 좌우로 진동하며 면을 가르고, 미처 나뉘지 못한 공간에는 무수한 점들이 박힌다. 이 점들은 선의 좌표가 되어 화면 위 궤적을 남긴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일상의 루틴을 넘어선 심연으로의 잠수다.
“ 다이버가 심연으로 내려갈 때 붙잡는 로프처럼 작동한다. 나는 그 통로를 따라 내려가며, 그 안에서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나는 잠수하듯 이 작은 화면으로 들어간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것이 발견될지 알 수 없지만, 선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손끝에서 흘러나온다. 전류나 혈액처럼 서로 섞이며 구도를 만들고 질량과 공간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작은 자연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생성된다. 나는 그리면서 풍경을 읽는다. 그 안에 내가 있다고 가정하고 낱말을 뿌린다. 씨앗처럼 자라날 것이라 믿으며, 이야기가 성장하고 변하는 과정을 바라본다…” - 박일종 작가노트 中 -
‘그리면서 읽는다’는 그의 말처럼, 눈은 단순히 형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겹쳐진 시간의 소리를 듣는 귀이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소환하는 입이 된다.
이러한 선적 유영은 투명한 유리 위에서 안팎이 중첩된 실존적 경계로 확장된다. 앞면에는 해골의 눈과 입에서 흘러내린 액체가 순간접착제로 박제되어 흐름의 순간을 고착시킨다. 반면 종이 뒷면에서는 물과 기름에 번진 이미지들이 미세한 얼룩이 되어 앞면으로 배어 나온다. 박제된 앞면의 날카로운 흔적과 스며 나오는 뒷면의 부드러운 잔영은 유리라는 층위 안에서 완전히 분리되지도, 합쳐지지도 못한 채 공존한다. ‘죽은 얼굴들’은 이미 목소리를 잃었으나, 굳어버린 투명한 액체를 통해 지독하게 침묵하는 언어를 발신한다.
“메시지는 있으나 소리가 없고, 구원은 있으나 손길이 닿지 않는다.” - 박일종 작가노트 中 -
이는 전달되지 못한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무언가 존재했음을 분명히 암시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작가는 ‘실-눈’을 통해 이해라는 것이 결국 대상과 접촉한 시간과 면적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묵묵히 보여주고있다. 관객은 작가가 남긴 선의 궤적을 따라, 그리고 투명한 얼룩의 이면을 응시하며, 보이지 않는 심연과 맞닿은 자신의 시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schengen galle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