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어디에나 있거나 어디에도 없는
/landscape
schengen gallery 2024 개인전
04. Apr - 05. May. 2024
유리나 Yurina
[주최/기획]
schengen gallery
[ 어디에나 있거나 어디에도 없는 / landscape ]
공간 속 존재하는 장소들은 인간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환경과 상호적으로 인지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기억된 장소들은 각기 다른 의미와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인문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은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그 곳은 장소가 된다고 하였다. 인간은 공간 속에 살아가며 장소를 만들어간다. 낯선 공간에 익숙해지고 각자의 의미를 담게 되면 공간은 장소가 되며 애착을 가지고 그 곳에 안정을 느끼게 된다. 공간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백지 와도 같아 추상적이며 낯설고 개방된 자유이다. 반대로 개방되어 있지 않고 인간화 된 공간은 장소이다. 공간과 비교하면 장소는 기존의 가치들이 내재된 평온한 중심지이다. 공간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풍경이 된다. 이는 산이나 들, 강, 바다 등의 자연 또는 지역의 모습을 나타내거나 특별한 정경이나 상황을 의미하게 되며, 풍경 속 사물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주관적 시선과 견해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외연이 다르게 묘사된다. 풍경은 순간이면서 동시에 공간이기도 하다. 어떠한 장소나 공간을 가리키면서도 그 속에 들어가 몸소 체험하며 경험하는 구체적인 장소와 공간을 나타내진 않는다. 낯섦이 희미해지고 익숙해지는 순간 풍경은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고 만다. 이런 점에서 풍경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경험적인 것이며 그 경험은 일상의 낯익음과 대비될 수 있다.
유리나는 4년 전 서울에서 충청남도 서천으로 이주하여 생활하고 있다. 그곳에서 마주한 풍성한 자연풍경 속에서 규칙과 질서를 찾아 묘사하며, 획득한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구현한 풍경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처럼 인식된다. 작가는 논과 밭, 야트막한 산, 나무와 풀을 관찰하며 자유와 안락함을 느끼며 자연의 각기 다른 모양과 색에서 조화로움을 찾고,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아름다운 시각적 질서를 받아들였다.
“ 낯선 공간 속 낯선 풍경과 낯익은 장소 속 낯익은 풍경, 혹은 그 교차. 그리고 그 안으로 서서히 들어가 공간과 장소 사이를 오가며 몰입하였다. 처음에는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로만 보였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에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요즈음 나무의 수피를 표현한 작업들은 그러한 몰입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현장에서 느꼈던 몰입과 감정을 상기하면서 그 곳이, 그 때가 장소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순간이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지금 풍경들 속을 걷고 있다…. “
- 유리나 작가노트 중-
작가는 장소의 재현이 아닌 본인이 경험한 낯설음을 풍경으로 묘사해냈다. 풍경은 장소와 공간의 영역을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어디에나 있거나 어디에도 없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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